신물지 神物紙
무료 관람
‘신물지神物紙’는 ‘신성한 물건, 한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근대화 과정에서 지워진 전통적 세계관 즉, 민간신앙의 모습을 충청남도 지역의 ‘설위설경設位說經’(이재선 법사), 한지로 만든 꽃 ‘지화紙花’(정용재 장인), 제주 민간신앙에서 쓰인 ‘기메’(김영철 심방)와 같은 종이 무구巫具와 이를 해석하고 반응한 김범, 이슬기, 이유지아, 이이난, 이진경 작가의 회화, 설치, 영상작품을 통해 살펴보는 전시이다. 이를 통해 한지가 단순히 문자를 기록하는 수단 혹은 매체가 아닌 ‘신물神物’로서 어떻게 사람들의 생활속에 조형을 형성하여, 당대 세계관을 확장해왔는지 현대적 시각에서 선보이고자 했다.
이를 의식화儀式化, 의례화儀禮化 하는 방법으로 사람들은 다소 다루기 쉬운 소재인 ‘종이’ 를 사용해 초월적 존재나 근본적 두려움에 맞서는 형식을 구현해왔고, 이는 종이 무구의 형태로 남아있다. 이는 믿음의 대상인 초월적 존재가 물리적인 형태를 갖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기인한 상념임을 인지하고, 종이에 새겨진 문양과 글귀 그리고 조형 형태로 말미암아 사람들의 시각을 자극하여 직관적 감각을 꾀하고자 했다. 이로써 설위설경, 기메, 지화의 종이 무구는 죽음 이후의 극락을 상징하거나, 현실의 장소를 신성한 장소로 전환하고, 영매가 활동할 수 있는 중간 영역을 구현하면서, 인간과 신이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장소성을 의미하는 장치가 된다. 이러한 의식을 통해 인간은 죽은 이의 넋을 기리고 가족의 안녕과 현실의 고통을 신에게 기원하여,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기적을 삶의 원동력으로 삼아왔을 것이다.
각각의 요소들은 터부시 되고 단절된 기억을 복원하면서 전시장을 현대적 제의공간으로 재구성한다. 이로써 전통이 그 자체로 보존 고립된 것이 아니라 시대적 변화에 따라 굴절 변형되는 과정을 제시하고자 하며, 전통이란 명명 하에 미처 기록되지 못한 것 기억하지 못한 것을 떠올려보고자 한다.
[연계프로그램: 강연]
제주의 신화와 기메
<신물지(神物紙)>전시에서 전통 종이 무구 중 하나로 소개하는 제주 지역의 ‘기메’는 전통 신앙 의례 진행에 필요한 도구인 동시에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공간을 마련하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1만8천 신’의 땅이라 불리는 제주도에는 우리의 신화가 ‘심방’(제주도에서 무당을 이르는 말)이 행하는 굿에 여전히 남아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기메에 담겨 있는 잊혀진 신화에 대한 이야기가 이번 강연을 통해 환기되기를 기대합니다.
- 일시: 2019년 7월 6일 (토) 오후 2시-4시
- 장소: 우란문화재단 강의실 (서울시 성동구 연무장7길 11 3층)
- 대상: 시각예술분야 전공자, 관심있는 일반인 중 사전 신청자
- 참가비: 무료
- 신청방법: https://forms.gle/3vFz3MbiUtnmyKQUA
강연자 소개
강소전 박사는 2012년 제주대학교 한국학협동과정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14년 제주대학교 박물관에서 열린 《신과의 만남, 제주의 무구(巫具)》의 일환으로 기획된 『제주의 무구』를 집필하였다. 이와 더불어 「천지왕본풀이의 의례적 기능과 신화적 의미」(2008), 「제주도 무가·무속 연구의 성과와 과제」(2018) 등의 논문을 통해 기메와 제주 신화를 알리는데 애쓰고 있으며 현재는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강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