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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혜 배우의 Joyful Moment


 



배우에겐 그들 각자의 감정 포트폴리오가 있다. 기쁨, 슬픔, 괴로움, 따뜻함, 그리고 심연의 짙은 감정까지. 그들은 2~3시간이란 짧은 시간 동안 삶의 희노애락을 압축시켜 진한 감정의 물결을 만들어 낸다. 유주혜 배우 또한 그런 사람이다. 11년이란 세월 동안 잠잠히 그리고 영민하게 자신만의 감정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아온 배우. 그가 들려준 배우의 기쁨과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좋아서 하는 일 


누구에게나 처음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한다. 그것이 무대이든 객석이든 말이다. 유주혜 배우의 첫 데뷔는 2008년 가족 뮤지컬 <장화 신은 고양이>의 공주 역할이었다. 그 이후로 흥미로운 여러 작품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이번에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다이어리에 제가 참여한 작품 이름을 모두 적어봤어요. 내가 그동안 이렇게 작품을 많이 했나? 싶긴 하더라고요.” 뮤지컬을 전공 한 후에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일을 시작한 그는 처음엔 그저 노래와 춤이 좋아서 이 일을 하게 됐다고. 작품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을까? “캐릭터를 집중적으로 살펴봐요. 늘 항상 해오던 역할에서 벗어나 새롭게 도전할 요소가 있는지를 생각하고요.” 그에게 가장 도전적인 역할은 물 안에서 펼친 연기였다고. “제가 물을 무서워해요. 수영도 잘 못하고요. 몸도 많이 써야하고 물 안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는 제게 큰 도전이었어요.” 


많은 작품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었을까? 배우는 모든 작품이 소중하기에 뽑기 어렵지만 조심스레 이렇게 말했다.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하면서 분출하는 에너지로 인해 스스로가 회복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제 안에 닫혀있고 억눌려있던 것들이 살며시 열리기 시작한 기분이 들었죠.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 작품을 통해 저도 위로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커피프린스 1호점>은 배우에게 연기하는 기쁨과 즐거움을 전해준 작품이다. “엄청 열심히 작품을 준비했어요. 대본을 새벽 2~3시까지 읽다가 불이 켜진 채로 잠든 날도 있었어요. 잘 해내고 싶다는 부담감이 꽤 컸거든요. 그런 만큼 무대 위에서 계속 행복한 기억을 남겨준 작품이기도 해요. 팀워크도 너무 좋았고 다른 배우들과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연기하는 그 순간이 참 행복했어요.” 인간 유주혜와 가장 비슷했던 캐릭터도 있었을까? “<젊음의 행진>에서 연기한 오영심? 밝고 쾌활하고 덜렁대고 실수해서 자책하고 그런 왈가닥 성격이 저와 닮았어요(웃음)”



 




무대 위에서 사람들을 웃게 울게 하는 배우이지만 그는 여전히 공부하고 고민한다. “<파가니니>라는 작품에서 오페라 가수 역할을 맡은 적 있어요. 제가 평소 목소리도 허스키한 편이라서 과연 성악 발성의 노래를 잘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이 들었어요. 두렵기도 했지만 동시에 “해보자!”는 다짐도 했죠. 이걸 잘 해내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선생님을 찾아가서 노래를 배우기 시작했고 요즘도 계속해서 보컬 레슨을 받고 있어요.” 연습 뿐만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 곳곳에 공연을 위한 지극히 사소한 디테일이 자리 잡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양배추즙과 브로콜리즙을 꼭 챙겨 마셔요. 그리고 공연이 끝나면 손을 진짜 열심히 씻어요. 면역력을 위해서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루틴이죠.”



일곱 번의 공연 그리고 추억


유주혜 배우와 우란문화재단의 인연이 특별한 이유는 그가 일곱 작품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2013년도부터 올해까지 콘서트, 뮤지컬 등 다채로운 작품에 이름을 올렸다. “우란문화재단이 프로젝트박스 시야를 운영하던 시절부터 공연에 함께 해왔어요. 그때의 기억이 따뜻하고 좋은 감정으로 남아 있어요. 그래서 시간이 되면 언제든 참여하려고 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참여한 공연 횟수가 점점 많아졌네요. 저를 계속 찾아주시는 것도 감사한 일이죠.” 무엇보다 같은 공연이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그 의미가 남다른 일이었다. 2017년 <차미 (#Cha_Me)>, 2019년 <차미: 리부트> 트라이아웃 공연에 차미호 역할로 두 번 참여했다. 유주혜 배우는 공연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다. “배우도 제작팀도 이 공연을 잘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어요. 서로의 관계가 끈끈해 지면서 작품에 대한 애정도 점점 더 커지게 되었죠.” 정말이지 한 배를 탄 것처럼 모두가 이 공연의 지속을 한 마음으로 응원했다. 그러면서 공연도 함께 성장했다. “2019년에 선보인 공연은 우선 스마트폰을 형상화한 무대가 굉장했어요. 시각적으로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났죠. 그리고 배우로 연기하면서 결론이 좀 더 구체화되고 강화되었다고 생각했어요.” 






이토록 뜨거운 갈채의 힘  


배우 유주혜의 시간은 2020년에도 빠르게 돌아간다. 내년까지 이어지는 두 작품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과 <키다리 아저씨>에서 배우와 만날 수 있다. 배우는 두 공연의 감상포인트를 이렇게 비교했다. “<키다리 아저씨>는 따뜻하고 감성적이고 심금을 울리는 쪽이라면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은 유쾌하고 파격적이고 코믹한 공연이에요.” 배우 하길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 일이 주는 행복도 결국 공연에서부터 비롯한다. 어제의 공연에서 경험한 감동적인 일화를 들려주었다. “사실 어제는 공연이 좀 힘든 날이었어요. 순간순간 집중해서 최선을 다하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공연을 무사히 끝마치고 커튼콜 순서에 객석을 향해 인사를 하는데, 어떤 관객 한 분이 기립해서 저를 바라보며 정말 온 맘을 다해 박수를 쳐주셨어요. 마치 무대 위에 손이 있는 것처럼 엄청난 에너지로요. 그 순간 엄청 큰 감동이 밀려왔어요. 제가 만약에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과연 이토록 뜨거운 박수와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죠. 관객들에게 제가 하고 있는 공연의 진심이 통하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같이 웃어주고 울어줄 때, 정말 큰 에너지를 받아요.”

어쩌면 이런 순간 때문에 배우는 오래도록 연기할 수 있을지 모른다. 배우에게 지속적으로 연기할 수 있는 힘에 대해 물었다. “지치는 순간이 찾아오면 함께 연기하는 에너지 넘치는 동료들에게서 힘을 많이 받아요. 그리고 연기를 뛰어나게 잘하는 동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저도 더 잘하고 싶다는 자극을 항상 받습니다.” 문득 배우의 배우가 궁금해졌다. 팬으로서 좋아하는 배우, 언젠가 꼭 한번 작품에서 만나고 싶은 배우는 누구일까? “올해 영화 <기생충>과 <동백꽃 필 무렵>을 통해 더욱 유명해진 이정은 선배님을 예전부터 좋아하고 있어요. 2012년, 뮤지컬 <어쌔신>에서 그분의 연기를 보고 첫눈에 반해서 그 후로 공연을 세 번을 더 봤어요. 오로지 이정은 배우의 연기를 보고 싶어서요. 그때부터 저의 지속적인 사랑이 계속되고 있어요(웃음).” 마지막으로 유주혜 배우가 꼭 맡아보고 싶은 역할이 있을지 물었다. “조커? 배우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보고 싶은 배역이 아닐까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반면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따뜻한 애니메이션이다. “디즈니나 픽사의 작품을 좋아해요. 지금 순간 떠오른 영화는 <업 Up>. 동심으로 돌아가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 영화를 수많이 봤지만 볼 때마다 색다르고 나이가 들어서 봐도 여전히 좋아요. 음악도 너무 좋고요.” 언젠가 이 작품이 뮤지컬로 만들어지는 날도 올 수 있을까?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 속에서 유주혜 배우가 자유롭게, 유쾌하게 노래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글: 김아름
사진: 황인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