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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관 무대감독의 Living with Theater



공연의 처음과 끝을 책임지는 구봉관 무대감독을 만났다. 그는 연극, 뮤지컬 등 다채로운 분야의 무대감독을 맡으며 찬찬히 커리어를 쌓아온 공연계의 베테랑이다. 만나는 순간 사람을 기분 좋고 편안하게 만드는 온화한 미소를 가진 사람, 그가 들려주는 무대감독이란 새로운 직업 세계, 그리고 공연에 대한 순수한 열정에 귀를 기울여 보자.


무대감독이라는 낯선 직업 세계 

구봉관 감독은 어떻게 무대감독이 되었을까? “음악을 좋아했어요. 그렇게 공연을 만드는 일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고 무대 크루로 조금씩 일을 시작했죠. 공연 관련 회사에서 기술적인 일도 배웠고요. 무대감독들이 하는 일, 이를테면 모든 것을 정리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매력적으로 보였어요.” 무대 감독이 관여하는 범위는 생각보다 굉장히 다양하다. 그들은 연습 과정부터 참여해서 공연이 끝날 때까지 무대, 조명, 음향, 배우들의 일정과 컨디션 체크 등등 누군가 놓치고 그냥 지나칠 법한 디테일한 모든 것을 체크한다. 나무도 보고 숲도 볼 수 있어야 하는 그야말로 꼼꼼하고 섬세해야 하는 직업이다. 구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일반적으로 공연이 시작하면 부스에서 큐잉하는 모습을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무대감독에게는 공연 시작 전 준비하는 과정이 훨씬 중요하고 그만큼 하는 일도 많습니다.”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구봉관 감독은 그동안 우란문화재단과 긴밀히 협업해왔다. 2017년에는 <요정의 왕> 트라이아웃 공연과 본 공연의 무대감독을 맡았고 2019년 3월에는 <멜리에스 일루션: 달에 도착>, 그리고 지난 9월 27일 막을 내린 연극 <사랑의 끝>에도 참여했다. 프랑스 출신 연출가 아르튀르 노지시엘, 배우 문소리와 지현준이 함께한 실험적인 방식의 연극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독특한 형식의 연극은 저도 처음 해봤어요. 남자가 한 시간 동안 연기를 하고 그 다음 여자 배우가 이어서 연기를 펼치는 2인극인데 처음 대본을 받고 이렇게도 공연이 진행될 수 있구나 신선했어요. 배우들의 연습 과정을 지켜보면서도 굉장히 흥미로웠고, 배우들이 쌓아가는 단어의 힘이 정말 중요한 작품이었죠. 무대적으로는 많이 비어있지만 하나하나 의미가 있는 요소도 제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는 우란2경의 장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창작자가 많은 고민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서 좋아요. 객석이나 무대 장치에 대해 특별히 정해져 있는 포맷이 없기 때문에 이번에 <사랑의 끝>에서도 리허설 룸까지 오픈해서 무대를 넓게 사용했죠. 무대의 형식이나 일반적인 상식을 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고 많은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공간이죠. 우란문화재단이 갖고 있는 성격에 맞는 적합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테스트해보기에 좋은 환경을 갖춘 재미있는 곳이에요.”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이야기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감독은 무대 위 상황과 공연이 진행되는 과정을 모니터링한다. 적외선 카메라가 있어서 암전이 되어도 배우와 스태프의 움직임을 긴장감을 놓지 않은 채 면밀하게 지켜본다. 그의 심장을 철렁하게 만드는 순간은 언제일까? “암전 때 무대 전환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때, 혹은 배우들이 약속하지 않은 다른 동선으로 퇴장할 때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죠.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안 되기 때문에 만약의 순간까지 계산해서 대비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항상 같은 상황과 컨디션 속에서 공연이 무사히 끝마칠 수 있도록 매일 점검하고 체크하는 이유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죠.” 공연 전 정비 시간을 갖고 세트의 조여져 있는 부분도 이상이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는 모든 일련의 과정이 있기에 한 편의 공연이 무사히 올라갈 수 있다. 구 감독은 특히 공연장의 안전에 대해 강조했다. “누구도 다치지 않고서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공연을 무사히 마치는 것”이 그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조율가, 협상가, 그리고 웃음을 잃지 않는 스마일 맨 


대학교에서 환경학을 전공하고 주로 힙합 음악을 즐겨 듣던 그가 지금처럼 극장의 처음과 끝을 책임지는 무대감독이 된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다. 이 직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 “사실 저도 아직 현재 진행 중인 사람이에요. 여전히 공부하고 있고 아직 이런 이야기를 하기엔 부끄럽기도 하지만 예전에 사수에게 들은 이야기가 문득 떠오르네요. 냉철한 판단력, 섬세함, 꼼꼼함 모두 중요한 덕목이겠지만 의외로 당시에 사수는 스마일, 웃음을 이야기했어요. 사람들 사이에 연결 고리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무대감독인데 그 모든 간극을 웃음으로 채워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이죠. 모두가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윤활유같은 역할이요. 그 말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더 많이 웃고 덜 스트레스 받으려면 결국 철저하고 꼼꼼한 준비와 체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무대 가장 먼 곳, 극장 가장 깊은 곳에 머물다 


타고나기를 기분 좋은 웃음을 가지고 있는 구봉관 무대감독. 마지막으로 그에게 희망하는 꿈의 공연이 있는지 물었다. “<멜리에스 일루션>은 정말 흥미로운 작품이에요. 2016년 두산인문극장과 페스티벌 봄 시즌 개막작으로 먼저 선보였던 공연을 우란문화재단의 트라이아웃 프로그램을 통해 계속해서 발전시킨 작품이죠. 새로운 카메라 사용과 영상 기법에 대해 다같이 고민하고 노력하면서 고생도 많이 했던 공연인데 극을 풀어나가는 방식 자체가 굉장히 매력적이었어요. 지금까지 프롤로그, 달의 도착 에피소드까지 이어져왔는데 이 공연의 에필로그까지 발전시켜서 새로운 공연을 또 한 번 만들어보고 싶어요.” ‘입체적 차원의 영화’라고 평가받은 실험적이고 환상적인 이 공연을 다시 한번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무대 가장 먼 곳에서, 그리고 극장 가장 깊은 곳에 숨어서 공연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무대감독. 그들은 주로 보이는 일보다는 보이지 않는 많은 것에 오랜 시간과 공을 들이고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몇 백 명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면서 가장 이상적인 하나의 목표를 향해 잠잠히 나아간다. 그것은 바로 좋은 공연을 무사히 안전하게 끝마치는 것. 구봉관 감독을 통해 한 편의 공연이 완성되기까지의 정성 어린 시간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글: 김아름

사진: 황인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