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보고 게시글
자, 이제 이야기를 해보세요. 세상 누구보다도 다정한 얼굴로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적극적인 제스쳐를 해온다. 그럼 어느새 마음이 편해지면서 내면에 꽁꽁 감춰두었던 이야기를 술술 풀어낸다.. 이런 마법이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은 심리학 칼럼니스트 강현식은 상냥했지만 냉철했고, 감정적이기보다는 논리적인 사람이었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만 자신의 이야기도 거침없이 하는, 소위 ‘할 말은 하는’ 사람. 그렇다. 바로 ‘사람’. 심리학자로서의 전문성을 갖췄을 뿐 드라마 속 상담사처럼 모든 것을 포용하진 않는다. 일방적으로 받아주는 관계는 대화가 되지 않으니까. 그는 자신과 마주하는 누구에게나 ‘사람’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진심을 담아 관계를 맺어나간다. 생김새도, 성격도 다른 우리임에도 누구 하나 먼저 등 돌리지 않고, 끝까지 마주 앉아서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관계. 나의 진심이 너에게, 너의 진심이 나에게 통하는 그런 사이. 그래서 물어봤다. 내 마음은 내가 알아서하기를 강요하는 이 시대에 그게 정말 가능한가요?
기꺼이 손을 내밀고
삶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해 결핍이 생겨난다. 그리고 그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은 타인과의 관계뿐이다. 내가 성공하지 못해도, 예쁘고 잘생기지 않아도 괜찮다고 충분히 말해줄 수 있는 누군가가 절실한 세상이라 더 그렇다. 그래서 심리학 칼럼니스트 강현식은 건강한 관계맺기를 통해 세상의 결핍을 채워나간다. 그가 운영하는 ‘누구나 다가갈 수 있는 심리학’ 누다심의 심리상담센터에서는 개인상담과 집단상담을 진행하는데, 개인상담은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맺기를 통해, 집단상담은 그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맺기를 통해 진행된다. 서로 감정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결핍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것을 서로에게서 채워나가고, 기꺼이 채워주는 과정이다.
처음부터 그랬다. 특별한 계기나 이유는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그는 ‘사람’과 사람이 가진 ‘결핍’, 그 결핍을 충족시키기 위해 빠지게 되는 ‘중독’에 대해 생각해왔다. 아니, 마음이 갔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그래서 심리학을 공부했고, 심리학자가 되었다. 남들 다하는 일 말고 아무도 하려하지 않는 일을 찾던 그는 마약중독이나 알콜중독자들의 치료 공동체에서 일을 하고 싶었으나 그 당시만 해도 그런 공동체가 별로 없었고, 있다 하더라도 국비 지원을 받는 곳이 대부분이라 치료보다는 성과를 선택해야하는 순간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다짐했다. 온전히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는 그런 공동체를 직접 만들리라. 삼십대 초반이었던 그는 자신이 꾸는 꿈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 치료공동체 설립을 50대로 미루고 현재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심리학을 알릴 수 있는 강의와 글쓰기에 매진 중이다. 누구나 다가갈 수 있는 심리학. 삶에서 결핍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고, 이 결핍을 치유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심리학에 누구나 다가갈 수 있도록, 그리고 이를 통해 타인과의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나가고 그 안에서 나를 놓지 않는 내 편을 만들 수 있도록.
기꺼이 손을 잡는다
누다심이 전하는 심리학 이야기는 재밌다. 어느 분야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 어떤 분야든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심리학 칼럼니스트 강현식은 우란문화재단에서도 다양한 심리학강연과 창작진, 배우들을 위한 심리 테라피를 진행하고 있다. 공연 창작과정에서도 마찬가지로 관계가 중요하다. 문화예술 분야의 종사자로서 겪는 말못할 감정들을 토닥이고, 한 팀으로서 함께 작업하는 이들을 위한 소통, 갈등을 풀어나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또는 작품 속 캐릭터가 겪는 심리적 결핍에 대한 조언을 하기도 한다. 이 과정 속에서 작품은 더 탄탄해지고, 팀은 더 견고해지며, 개인은 좀 더 생기가 피어난다.
그 모습에 일조하고, 지켜보는 것이 누다심 강현식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기쁨이자 ‘선물’이다. 그래서 자신을 부르는 곳이라면 시간이 되는 한 기꺼이, 고맙게 간다.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너무도 많은 세상이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맺어지는 관계에서만 얻을 수 있는 기쁨이 있고, 그것만이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결핍을 채울 수 있는 빛이라는 것을 더 많이 알리고 싶어서다.
그 따뜻한 온기
처음 질문으로 되돌아가 보자. 내 마음은 내가 알아서하기를 강요하는 이 시대에 타인에게서 내 결핍을 찾고, 그것을 채우는 일. 그게 정말 가능한가요? 그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한다. 혼자서는 할 수 없어요. 스스로를 위로하면 순간의 편함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언제 다시 무너질지 알 수 없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관계를 찾아 이 막막한 세상에서 서로의 온기를 나누어야 한다. 누다심이 전하는 심리학은 그 온기를 나누기 위한 연습과정인 것이다. 그러므로 심리학 칼럼니스트 강현식의 심리학 이야기는 계속되어야만 한다. 언제까지고 마주앉아서 지치지 않고 사람 대 사람으로 대화를 이어나가줄 그가 절실하므로. 그리고 믿어본다. 점점 더 빠르게 변하는 이 세상에서 사람 사이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외치는 그의 심리학 이야기가 지치지 않고 계속될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