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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미도의 The Door, 두려움과 환희가 뒤섞인 무대




내가 살면서 앞으로 할 일, 또는 해야만 하는 일, 혹은 하고 싶은 일을 명확하게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은 수많은 흔들림을 만들고, 누군가는 그 흔들림을 겪으며 경로를 이탈하기도 한다. 그래서 배우 전미도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이미 초등학교 3학년 때 무대에 서는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했고, 그 다짐대로 2017년 현재 정말로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최고의 연기력으로 관객에게 사랑받고 있는 배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그녀의 인생이 흔들림 없이 오로지 무대와 연기로만 채워져 있어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을 것이라 감히 상상했으나, 직접 만나본 그녀에게는 아직도 무대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이 있었다. 매순간 두려움과 환희가 뒤섞인 발걸음으로 무대를 향해 나아가는 배우 전미도, 그녀를 흥분케 하는 그 길목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저 문을 열고 나가면


조명이 켜지고, 막이 올라간다. 무대를 지켜보는 관객들의 숨죽인 숨소리가 들려올 때면 배우 전미도는 자신이 현실이 아닌 또 다른 세상에 와 있음을 느낀다. 공연이라는 것이 결국 사람이 다른 사람을 ‘연기’하는 것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자신이 연기한다는 사실을 잊고 철저히 다른 누군가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관객을 홀리고, 무대를 장악하는 것. 그녀는 자신이 그것을 해내지 못할까봐 늘 두렵고, 그럼에도 해냈음에 늘 흥분한다. 만족스러운 무대를 위해 배우 전미도가 다른 세상의 누군가를 알아가는 과정은 무척 학구적이다. 배우의 가장 큰 무기는 ‘대사’라는 그녀이기에 대본을 읽고 또 읽으며 자신이 맡은 인물이 어떤 인물이어야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데, 그러다보면 자신과 맞닿는 부분과 전혀 다른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한단다. 그렇게 마치 연애를 하듯 상대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면서 점점 그 인물과 가까워진다고. 그리고 나머지는 오로지 그녀의 상상이다. 나라면 어떤 식으로 했을까,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하는. 






그래서 그녀가 메소드 연기를 펼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다른 누군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연기하는 누군가를 통해 관객이 삶의 희망과 위로를, 즐거움을, 행복을 얻고 돌아가는 것이다. 그것은 그녀에게 있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이자, 배우를 하는 이유다. 그래서 배우 전미도는 자신의 현실과 무대를 혼동하지 않을 수 있다. 사회 안에, 제도 안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관계를 맺으며 배우 전미도가 아닌 인간 전미도만의 경험을 쌓아야만 무대에서 더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 테니까.


  

가치있는 무대를 위해


하지만 그녀도 처음부터 무대와 자기 삶의 거리를 여유있게 띄워놓을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극단적인 순수함과 선함을 지니고 있던 아그네스를 연기할 때는 일상에서도 아그네스와 비슷해지지 않으면 연기가 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에 모든 것을 절제했다, 반대로 극단적인 악함으로 무장한 메피토스를 연기할 때는 그 부담감에 매일을 울면서 연습실로 향했다. 이런 경험들과 무대 위 연륜이 쌓이면서 그녀는 자신이 일상에서 만난 사람들과 겪는 사건들,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연기에 녹여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배우가 무대 위에서 스트레스를 받아야 관객들이 즐거워하는 작품이 있고, 관객과 함께 즐기면서 호흡해야 잘되는 작품이 있다는 걸 깨달으면서 무대 위 다른 세상으로 가는 문 앞에서 좀 더 의연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항상 어떻게 연기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그녀에게 우란문화재단 개발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작업은 또 다른 성장의 발판이 되었다. 원래 창작극을 많이 하기도 했고, 좋아했던 그녀지만, 리딩부터 워크숍 등 개발단계에 함께 참여하면서 작품을 만들어나간 경우는 처음이었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늘 궁금하기도 했던 과정을 함께 겪으면서 드라마의 흐름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좋은지를 경험할 수 있었다. 배우로서 작품에 대해 설득력 있는 의견을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배우 전미도의 무대가 끝날 때까지


무대를 밟아온 횟수가 늘어날수록 이렇게 배우 전미도의 무기도 점점 많아진다. 하지만 여전히 긴장은 놓치지 않는다. 두려움과 흥분이라는 긴장이 없다면 아마 무대에 설 이유도 없어질테니까. 그래서 그녀는 언젠가 자신의 무대가 끝날 때까지 새로운 역할에 계속 도전할 생각이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인생의 연륜이 쌓이게 되면 ‘엄마’ 역할은 꼭 한번 해보고 싶단다. 여자로서 가장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는 엄마. 그것은 배우 전미도가 배우로서 찍고 싶은 정점이자 방향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3학년, 영화를 보고 매료되었다면 영화배우가 되었겠지만, 아직도 어린 눈으로 처음 경험했던 연극의 짜릿함을 잊지 못하기에 그녀는 오늘도 두려움과 환희가 뒤섞인 발걸음으로 문을 열고 무대로 나아갈 것이다. 객석과 무대에 마법을 걸고, 자신과 관객 모두가 환상 속으로 빠져들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