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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고훈정의 The Heritage, 그 무대의 서막




무대의 막이 내리고, 조명이 꺼진다. 모든 것이 끝났지만, 무대를 지켜본 관객의 마음엔 무대가 남긴 감동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주인공의 모든 열정을 아로새긴 그 감동이 전해져 누군가에겐 희망이 되고, 꿈이 된다. 무대를 장악한 사람만이 남길 수 있는 위대한 유산, 바로 그 희망과 꿈을 먹고 자란 남자가 이제 자신만의 무대를 시작하려 한다. Heritage의 진정한 의미를 아는 남자, 제5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 남자 신인상을 수상하고, TV 프로그램 ‘팬텀싱어’ 오디션의 심사위원들에게 마음을 움직이는 노래로 감동을 선물한 그 남자,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하다는 뮤지컬 배우 고훈정이다.  


   

데뷔작 <스프링 어웨이크닝>


음악 외엔 할 줄 아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었던 20대 고훈정에게 뮤지컬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이끌림을 느끼게 한 것은 유명한 라이센스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작곡가 덩컨 셰이크였다.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그의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됐고, 그 음악에 빠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가 작곡했다는 뮤지컬도 찾아보게 됐다. 필연이었을까? 마침 한국에서도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준비 중이고, 싱어 오디션을 진행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고훈정은 마치 정해진 순서였던 것처럼 오디션을 보고, 공연에 합류한다. 뮤지컬이라는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이다. 당시에도 뮤지컬계 스타로 이름을 날리고 있던 김무열, 조정석 등과 함께 공연하게 된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풋내기였지만, 싱어이자 주연들의 커버 역할을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했다.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도 무척 빨리 왔다. 한센 역의 배우가 부상을 당해 대신 무대에 오른 것이다. 뮤지컬이 처음인 신인의 행보치고는 탄탄대로였다. 






하지만 모든 공연이 끝나고 그는 배우의 길을 더 이상 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노래만 부르던 그에게 배우로서 갖춰야 할 자질, 즉 연기와 춤은 너무나 어려운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대한 미련은 계속해서 그를 괴롭혔다. 노래와 연기, 춤을 모두 할 수 있는 종합예술, 그 찬란한 감동과 희열이 존재하던 무대가 자꾸 그를 끌어당겼다.


배우의 옷을 입은 시간, 우란문화재단의 ‘시야 플랫폼: 배우들‘


2~3년 후, 고훈정은 소극장 무대에서 관객과 마주하고 있었다. 뮤지컬 <우연히 행복해지다>와 <미라클>, 두 작품을 하며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이어나간 그는 어느새 연기로 관객의 박수를, 춤으로 관객의 호응을 받아내는 제법 배우다운 모습을 갖추게 됐다. 그리고 이제, 그런 그를 사람들이 알아봐 주기 시작했다. 시작은 뮤지컬 <아가사>를 극작한 한지안 작가였다. 그의 무대를 보고 한예종 음악극창작과의 독회공연을 제안해 온 그녀는 그 공연이 끝난 후 <아리랑 경성 26년>을 준비하던 이지혜 작곡가에게 그를 추천했다. 고훈정은 어떤 무대든 기꺼이 섰다. 모든 것이 절실했고, 절실한 만큼의 모습을 무대에서 보여줬다.






무대 위 배우 고훈정의 빛나는 가치를 알아본 우란문화재단은 진정한 배우로서 이제 막 날개를 편 그를 세상에 정식으로 소개할 기회를 제안했다. 바로, 배우들의 쇼케이스를 열어준다는 것. 아낌없는 지원과 응원 아래 고훈정은 주옥같은 뮤지컬 넘버들을 익혔다. 음악적 코칭은 물론, 쇼케이스의 연출을 맡은 이석준의 멘토링을 받으며 맹연습을 했고, 2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무대 위에서 배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의미 있는 무대도 준비했다. 그렇게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쇼케이스가 끝나자, 그는 비로소 스스로를 배우로 인정해줄 수 있었다.

  


배우 고훈정의 the Heritage


쇼케이스 이후 배우 고훈정은 우란문화재단과의 인연으로 <곤 투모로우>, <어쩌면 해피엔딩>을 비롯해 다양한 창작 뮤지컬을 해왔다. 함께 무대를 만들어나가는 창작 뮤지컬은 정해진 바이블이 있는 라이센스 공연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나. 오죽하면 본공연보다 리딩공연과 쇼케이스 공연을 한 횟수가 더 많은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정도다. 그래서일까. 한사람이 돋보이기보다는 함께 조율하며 작품을 완성시켜나갈 때, 그 작품이 빛난다는 사실을 배우 고훈정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4중창 오디션 프로그램인 ‘팬텀싱어’에서도 자신의 팀이 승리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듯, 어느새 배우로서 자신만의 결을 찾아가고 있는 고훈정을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졌다. 최근엔 페이스북 메시지로 ‘당신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고백하는 뮤지컬 배우지망생도 생겼다. 자신이 덩컨 셰이크의 무대를 보고 뮤지컬 배우가 됐듯, 그의 무대를 보고 감동을 받아 ‘당신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던 이는 그 감동을 먹고 자라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한 무대를 만들게 될 것이다. 그럴수록 배우 고훈정은 더 완벽한 무대를 위해 연습한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달리는 것만이 그 무겁고도 의미있는 책임감을 실천하는 길임을 알고 있기에 자신이 선 이 무대를 다듬고 또 다듬어 나갈 것이다. 자신의 모든 무대를 끝내고 막이 내릴 때까지.